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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금 불편한 감상문

(스포주의) 블랙미러 시즌1 1화 '국가' - 가장 불쾌했지만 강렬했던 첫만남

Black Mirror S1E1: The National Anthem (2011) ❘ Image via IMDb ❘ © Netflix

 

 

🎬 에피소드 요약: “The National Anthem” (더내셔널앤썸)

  • 어느 날, 왕실의 공주가 납치된다. 범인은 영국 총리에게 한 가지 조건을 내건다. “돼지와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생중계하라.”
    조건을 거부하면 공주는 죽는다. 이 협박 영상은 유튜브에 공개되며 전 국민이 알게 된다. 총리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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Q. 왜 영국의 총리였을까?

납치된 건 공주인데, 협박의 대상은 총리다. 영국은 여전히 군주가 존재하는 나라로, 다른 국가들과는 정부 체계가 다르다.

그렇다면 왕실이 직접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닐까? 그러나 여왕은 공주를 구하라며 책임을 총리에게 넘긴다.

실무진은 여론과 지지율을 근거로 총리에게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.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아내만 반대한다.

결국 총리는 사회적 압박 속에서 성행위를 택한다.

인간(총리)의 존엄성과, 인간(공주)의 생명. 정치인의 삶과, 개인으로서의 삶. 무엇이 더 우선되어야 했을까. 

 

Q. 왜 동물이였을까?

 조건을 들었을때, 가장 먼저 든 생각은 '돼지가 불쌍하다'였다. 아무것도 모르고, 선택권도 없는 존재.

 왜 하필 동물이었을까? 인간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한 장치였을까?

 아니면 관계 후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존재라서 였을까. 비극적이다.

 

Q. 범인은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?

 총리는 결국 돼지와 성행위를 하고, 그 장면은 전 국민에게 생중계된다. 공주는 그 전에 풀려났고, 범인은 자살한다.

 범인이 이 사회에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이였을까?

 총리는 생명을 살린 정치인으로 살아간다. 겉으로는 영웅이 됐지만, 가정에서는 외면당했다. 존엄을 잃은 대가였다.

 

정리하자면, 피해는 모두에게 있었지만 그 방식과 크기는 달랐다. 

이 모든 폭력을 설계한 범인만이 유일하게 책임에서 자유로웠다. 그는 끝까지 무대 밖에 있었고, 죽음이라는 결말로 스스로를 지워버렸다.

 

Q. 에피소드 제목은 왜 '국가' 일까?

 이 모든 일이 단지 한 사람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라는 구조 속에서 벌어진 공식 행사처럼 보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.

 왕실, 정부, 언론, 국민 모두가 그 사건의 참여자였고, 국가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됐다.

 '국가'라는 제목은, 국가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인간 한 명의 존엄을 대의와 명분 아래 소비하는 과정(도구화)을 드러내는 

 가장 잔인한 단어일지도 모른다. 

 

🎤 

 공주는 피해자였고, 총리는 수행자였고, 범인은 설계자였다. 그리고 우리는 시청자였다.

 국가라는 틀 안에서 '나'는 어떻게 소비되고 있을까. 국가라는 이름으로, 내 윤리의 기준은 무너지지 않고 있을까? 많은 생각이 들었다.

 

 

1화에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외국드라마는 처음이었다.

그래서 이 감상을 남겨두기로 했다.

좋은 작품이다.